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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2015

IT / BT Korea?

IT / BT, Korea?




                      2005 년 겨울, IT / BT, 대한민국

                                                      박인영 ( misaelpark@gmail.com )

* ( IT : Information Technology / BT : Biotechnology )

남성의 정자에 의해 수정된 여성의 난자를 수정란이라 하고, 이 수정란이 여성 몸 안의 배낭(胚囊) 속에서 분열-증식을 시작하면 인간의 배아(胚芽)가 되고, 그 배아가 계속 성장하면 인간의 태아(胎兒)가 된다.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핵을 제거한 여성의 난자에 남성의 정자 대신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핵을 주입해 해당 환자와 유전학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복제(쌍둥이) 배아를 만들고, 그 배아의 줄기세포에서 특정 인체기관 세포를 선택적으로 분화, 성장시켜 해당 환자의 손상되고 병든 생체기관에 이식하거나 그 생체기관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2005 년, 국제적 과학지에 발표한 연구실험 보고논문에서 한 당뇨병 환자의 체세포 핵과 건강한 다른 여성이 제공한 난자를 이용해 해당 당뇨병환자와 유전학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배아를 만들었고, 그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남성의 정자에 의한 수정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복제된 배아 역시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어 모체의 보호와 영양 공급을 계속 받는다면 정상적인 수정란처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성장할 기본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그런 과정을 거쳐,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수많은 복제동물들, 양 , 고양이, 쥐, 소, 돼지, 개 등이 태어났다.

인간으로 발생, 성장할 수 있는 배아를 연구실에서 인위적으로 생산, 육성, 조작, 통제, 해체, 파괴함으로써 난치병 환자를 치료한다는 발상과 시도가 윤리적으로 허용되는가?

한국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파괴하는 인위적 배아 복제와 배아를 활용하는 줄기세포 연구와 실험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고, 대신 골수, 간, 췌장, 태반의 제대혈 등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 곧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100 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2005 년 겨울 현재의 한국 사회는 복제 배아의 인위적 생산과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실험의 생명윤리 논란과 그 대안(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엄밀하고 신중한 분석, 평가와 토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어느새 건너뛰고 선뜻 생략해 버렸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차세대 주력 산업', '미래 선진 한국의 기간 산업',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 ... 등등으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의 화려한 헤드라인 문구들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복제 실험과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 홍보하고 있고, 여야를 막론한 대부분의 정치권을 비롯해 온 나라의 시민과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그걸 당연시하며 환호하고 있다.



더구나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실험, 연구 재료로 쓰인 수백 개의 인간 난자는, 빚에 쪼들려 다급하고 빈궁한 처지에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돈을 주고 매입되어서, 인간의 신체나 신체의 일부를 팔거나 구매할 수 없게 한 현행법을 어긴 일로 밝혀졌다. 또한 그 난자들 중 일부는 당시 황박사 연구팀 내의 하급자이며 비정규직 주말고용자 신분이었던 대학원생 여성연구원에 의해 기증된 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취재, 보도한 특정 언론기관과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비도덕적 매국노 집단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집단적 히스테리와 사회적 울분의 폭발, 거리낌 없는 정서와 언어의 폭력 행사가 2005 년 겨울의 한국 사회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

여성의 난자는 건강한 성인 여성에게서 한 달에 하나씩 성숙, 배란되고, 남성의 정자를 만나지 못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생명력을 잃고 월경을 통해 배출된다. 배아 복제 실험에 쓰이도록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려는 여성들은 강도높은 성선자극호르몬 주사 등을 맞아 자신의 몸과 생리 주기를 '과배란상태'로 만들어야 하고, 질 초음파 검사 등의 복잡하고 고통스런 단계를 거쳐야 하며, 마지막에는 마취 상태에서 자신의 복부와 생식기관을 관통해 들어와 꽂히는 굵은 직경의 관을 통해 18 개 정도의 난자, 곧 건강한 젊은 여성이 보통 1 년 6 개월이라는 세월 동안 한 달에 하나씩 신체의 자연스런 생리 주기를 통해 성숙시켜 배란하는 분량의 난자를 한꺼번에 인위적으로 채취당하게 된다. 이 과정 중 특히 호르몬주사를 통한 과배란 유도는 향후의 불임, 난소암 발생 등의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을 초래할 위험이 따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주사, 18 개나 되는 난자의 일시적 채취, 그리고 검사와 채취 과정의 마취, 내외과적 시술 들이 당사자 여성의 신체와 생식기관에 입히는 손상, 건강과 생리주기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 그에 따른 심신의 상처와 후유증은 절대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의 인터넷 안에서는 천 명에 이르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난자를 황우석 박사의 연구팀에 실험 재료로 기증하겠다고 서약하는 놀라운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때로는 그 직계가족의 전폭적 지지와 열광, 그리고 사회적 감동과 함께 보도되고 있다.

배아 복제 연구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특히 상징적으로는,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해야 하는 척추신경 손상 환자들에게 다시 일어서 걷게 될 치유의 약속과 희망을 준다는 황우석 박사의 강조와 매스미디어 헤드라인의 선정적 보도가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이제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는 걸을 수 없게 된 척추신경 손상 환자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숭고한 이타주의와 동일시 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생명 공학 원천기술의 확보와 선점, 그리고 그 발빠른 산업화가 가까운 장래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며, 이미 시작된 국제적 경쟁에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익과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와 조급한 불안감이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다. 황우석 박사팀의 배아 복제 실험과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옹호하고 돕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돕는 행위라는 막연한 사회적 통념과 무의식적 합의, 국제적 기술경쟁과 생존게임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거나 낙오자가 되면 안된다는 집단적 불안감과 조급증, 무모하고 국가-이기적인 전체주의적 애국심(쇼비니즘)이 한국 사회 안에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집단적 불안과 기대를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자극하고 거스르거나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의견이나 소수집단은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광적인 반공-맥카시즘을 연상시키는 집단히스테리에 가까운 사회적 분노 여론의 표적이 되었다.

나(우리)와 적으로 나뉘어진 전쟁-전투 상황을 가상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전쟁-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에서는 싸워 이기는 것이 게임의 목적과 참가자의 성공과 성취로 인식되고 있고, 그래서 나와 우리에게 가담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집단은 물리쳐 없애야 할 적이며, 그 격멸을 위해선 어떤 잔인한 공격과 파괴, 살상과 폭력 행위도 오히려 전장의 용맹한 미덕으로 정당화된다. 때로는 적을 기만하기 위해 거짓 동맹과 연대를 맺고 결국에는 상대의 허를 찔러 적진을 궤멸시키기도 하며, 게임의 기본규칙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단축키와 편법을 사용해도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파괴하고 죽여 게임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저지른 반칙을 스스로 도의적으로 부끄러워 하거나 남에게 윤리적으로 추궁받을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승리자가 된다.

IT(정보화 기술)산업, 특히 전세계의 인터넷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한국의 이같은 인터넷 게임 문화는 이제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와 문화를 주무르고 지배하는 문화-정서-행태의 확실한 주형이 된 듯 하다.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배아 복제 실험과 배아 줄기 세포 연구를 생명윤리와 양심의 이름으로 반대하거나, 명명백백하게 저질러져 황우석 박사 스스로도 시인한 실험 연구 과정중의 불법행위와 비윤리성을 지적한 보도, 의견과 시각, 매체, 집단, 외국의 시선과 국제적 실험연구 윤리기준 들에 반응하거나 가해지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 특히 젊은 네티즌들의 광기어린 집단적 분노와 정서적 언어적 폭력행위는 상식의 정도와 한계를 분명히 심각하게 벗어나 있다.

세계인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하며, 모범으로 삼아 본받고 싶어 할, IT(정보화 기술) 분야와 BT(생명공학기술) 분야의 참된 선진국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의 사회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지향과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러지 못하다면 반성해 고치고, 인식과 가치관을 전환할 필요는 없을까?

왜 다른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이 IT(정보화 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 분야의 강국이 되어야만 할까?

2005 년 겨울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정서적 품격과 그 구성원들의 도덕적 수준은, 대한민국이 IT- / BT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가가 될 자격을 밑바침하며, 또 그에 따른 막중한 윤리적 책임과 세계시민으로서의 보편적 의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의미와 맥락에서,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어떤 형태로 대한민국이 이른바 IT, BT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할지, 한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지성인들이 진지하고 밀도있게 반성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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