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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1, 2010

The Story of Wongok Multicultural District

원곡동 이야기 ; The Story of Wongok Multicultural District in Ansan, Korea     안산 원곡동 이야기

    박인영 ; Misael Park   July 10, 2010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사진출처 "사람중심 안산특별시"


  The Story of "Wongok-Multicultural-District" in Ansan, Korea

    안산 원곡동 이야기

Copyright © Misael Park, 박인영
( misaelpark@gmail.com ; www.facebook.com/misaelpark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한국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경기도와 안산시)에서 지정해 관리-지원하는 '다문화(多文化) 특별 구역'입니다. 저는 10 여 년 전에 원곡동에 이사와 어느덧 이곳의 붙박이 주민이 되었습니다.

원곡동 주민은 반 이상이 이주노동자(외국인)입니다. 공식통계로는 (아직도) 이곳에 사는 대한민국 국적 시민이 이주노동자(외국인)보다 많지만, 거주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미신고 체류자이므로, 실제 원곡동 주민은 그 65~70 %가 외국인(이주노동자)입니다.

서울-경기 전철 4 호선 '안산역'에서 '원곡동 주민센터(동사무소) 그리고 '원곡 현충공원'으로 이어지는 원곡동의 중심 거리에는, 길 양쪽 가게들 간판이 주로 중국어( 그리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타이랜드,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터어키,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어들 )입니다. 처음엔 식당, 노래방, PC방, 식료품, (헌)옷가게, 잡화, 정육점, 휴대전화, 컴퓨터와 인터넷 설비, 전자기기, 결혼중매, 여행사, 입출국 거주-체류 관련 수속 대행-상담소 들을 운영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고 손님들이 주로 이주노동자였는데, 이젠 각종 상점과 사무실을 경영하는 사람과 가게 점원 들도 대부분 외국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인 사장들이 경영자로 남은 곳은, 거의 열 집 건너 하나 씩 있는 소규모 직업소개소들뿐입니다.



이른 새벽 시간의 원곡동, 여명을 맞은 안산역 길 건너 공원에는 출근 전의 중국계 이주노동자들 수십 명이 부드럽고 느린 동작의 태극권 아침체조를 하기도 하고, 단체로 파륜공을 수련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벽 6 시 반이면 ‘무슨 무슨 아웃소싱’과 같은 거창한(?!) 간판들을 단 원곡동 곳곳의 영세직업소개들 앞과 안산 역 앞 광장에 이주노동자들이 부은 눈을 부비며 삼삼오오 모여들어 줄을 서고, 흔히 봉고차라고 부르는 소형 버스들이 가까운 시흥, 시화 공단, 멀게는 수원, 화성, 평택의 공장 밀집지대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릅니다.

저는 우리동네 원곡동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거의 세계 모든 나라 음식을 아주 싼 값에 마음만 먹으면 매일 매끼라도 언제든 맛볼 수 있는 곳은 원곡동 밖에 없습니다. 원곡동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혹독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일하며 가장 가혹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그 구매력에 맞추어 원곡동 상가의 식료품, 의류 들을 비롯한 소비재 상품들 가격과 식당 음식값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원곡동에선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 명동과 종로의 음식점들에서라면 그 3~5 배 의 값을 받는, 풍성하고 신선한 채소(산양치즈)샐러드와 푸짐한 우즈베키스탄 식 고기덥밥 메뉴를 각각 6~ 8 천원 정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원곡동에 오셔서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가시면 두 사람이 식사할 경우 각종 고기 덥밥이나 볶음밥 종류 중 하나 만 시켜,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매운 소스를 따로 더 달라고 해 밥 위에 뿌려 두 분이 나눠 드시고( 일인 분 양이 꽤 많습니다 ), 신선한 샐러드( 여자분들이 좋아합니다 )와 주전자에 든 우즈베키스탄식 차(茶) 그리고 유목민식 빵과, 우즈베키스탄식 소주 혹은 중국이나 러시아 맥주 정도를 시키시면 됩니다. 두 사람이 양껏 먹고 마시고, 나오실 때 찌개냄비 정도 크기의 우즈베키스탄식 유목민 빵(3천 원)을 통째로 하나 사가지고 나오셔도 다 합해 3만 원 남짓이면 충분합니다.

단 돈 천원도 아껴 써야 하는 용돈에 쪼들리는 학생들이나 저임금 노동자라면, 원곡동 거리에 흔한 중국식 만두집에 들어가셔서 '빠오즈(包子: 중국식 큰 만두)'와 '뚜오빠오(豆包: 팥 소가 든 찐빵)'를 섞어서 서너 개 시키시면 됩니다. 빠오즈나 뚜오빠오는 한 개에 5 백 원입니다. 생마늘 다져 종지에 담아 놓은 것, 가늘게 썬 무짠지 등을 셀프서비스로 가져다 뜨거운 만두(빠오즈)나 찐방(뚜오빠오)과 함께 드시면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빠오즈나 뚜오빠오는 한 개가 어른 남자 주먹 만하고, 특히 빠오즈의 돼지고기 소는 무척 기름져서 웬만한 사람은 1500 원 어치( 3 개 )를 먹고나면 배가 아주 부릅니다.

중국 만두집 중에서 원곡동 주민센터(동사무소) 근처에 있는 '왕중왕(王中王)'이라는 곳에서는, 셀프서비스로 보온국통에 든 뜨거운 '뚜오타앙(중국식 두유)'이나 걸직한 미음을 몇 번이고 퍼다 드실 수 있습니다. 왕중왕 아닌 다른 중국만두집에는 뚜오타앙(두유)은 없는 곳이 많고 주로 뜨거운 미음 한 가지만 있습니다. 저는 그 뜨거운 '뚜오타앙(두유)'이 좋아서, 만두보다는 뚜오타앙을 먹으러, 우리집에서 가까운 왕중왕 만두집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구수하면서도 약간 달콤한 뜨거운 뚜오타앙을 아침 빈 속에 천천히 한 두 사발 마시고 나면 속이 확 풀리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새 날을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 참! 안산역에서 원곡동 주민센터(동사무소)로 오시는 길 도중에도 왼쪽으로 [왕중왕 만두집(王中王 包子)]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원곡동 동사무소 근처 외환은행 지점 길 건너에 있는 더 작은 왕중왕 만두집의 분점이지만, 뚜오타앙(두유)은 없고 뜨거운 미음만 있습니다. 그리고 왕중왕 만두집은 다른 만두집들과는 달리 만두(빠오즈)만 팔고, 팥 소가 든 찐빵(뚜오빠오)은 만들지 않습니다.

음식값이 싸고 양이 푸짐하기는 원곡동의 인도네시아, 베트남, 타일랜드, 필리핀 식당들도 마찬가지여서,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이나 종로 같은 곳에서 그 값이 최소한 2~3 배 정도 하는 베트남 쌀국수나 각종 밥과 국수 메뉴를 1 인분에 5~8 천 원 정도에 드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곡동 식당들의 음식이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 식당들 음식보다 보다 맛이 없거나 비위생적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관광객들이나 한국인 미식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의 음식들보다, 이 곳 식당들은 바로 그 나라 이주노동자들을 주된 손님으로 하는 실속 서민식당들이어서, 각 나라 서민음식 본래의 진솔하고 소박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조선족 중국동포들이 운영하고 또 점원으로 일하는 중국음식 식당들에서는 양고기 꼬지를 비롯해 수육, 양탕, 양고기 샤브샤브 등등 각종 양고기 요리도 맛보실 수 있고, 맛이 북한 냉면과 비슷하다는 연변식 냉면을 드실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요즘처럼 습하고 무더운 때에 식중독에 걸리기쉬운 찬 음식, 냉면이나 콩국수를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곡동에는 헌옷 가게도 많습니다. 저는 허리 사이즈가 29 인치인데, 한국 남자 옷 사이즈는 주로 30 인치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몸에 맞는 옷, 특히 바지나 반바지를 구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이 곳 원곡동의 헌 옷 가게들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곳 (헌)옷가게들에서는 남자 바지 사이즈도 28, 29, 30 …. 이렇게 다 있고, 특히 29 사이즈가 한 줄 모두에 수 십벌 씩 진열된 가게도 한 곳 있습니다. 베트남,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 남자들이나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 남자들 체형에는 29 사이즈가 당당히 표준 치수이기 때문에, 이분들을 주된 고객으로 하는 헌 옷 가게는 한국에서는 희귀하도록 드문 남자바지 29 사이즈가 당당히 주된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는 것입니다. 가격은 티셔츠, 남방, (반)바지 들은 3 천 원, 가디건, 외투 등등 좀 더 큰 겉옷들은 7~8천 원 정도입니다. 누군가 얼마간 입었던 옷이라는 것 빼고는 특별한 결점이 없고, 유럽이나 일본의 이른바 유명브랜드 상품이어서, 색상이나 스타일이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옷감도 고급스러운 옷들도 간혹 섞여 있는데, 가격은 다른 옷들과 마찬가지로 3천 원, 7천 원 밖에 하지 않아 횡재한 기분이 들 때도 자주 있습니다.

제가 나가는 한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 제 느낌에 심성이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이고 천박한데다 교만하고, 또 이해타산에만 밝은, 내심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젊은 여자 회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모임 때 마다 자꾸 제 옆에 앉고, 제 말에 맞장구 치고 ( 인생철학과 세계관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게 뻔한데도! ), 음식도 권하는 등, 여자가 남자한테 각별한 호의를 지녔을 때 하는 행동거지를 제게 대놓고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어린 여자애가 나 같은 노인네한테 도대체 왜 이러나? 내가 뭐 오해 살 만한 언행을 했나? 등등 기분이 상당히 께름칙했습니다. ( 그렇다고 그 어린 여자회원 때문에 내가 좋아서 나가는 동호회 모임에 일부러 빠지는 것도 거시기 하고요…. )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동호회 모임 일부 여자회원들 사이에, 제가 티셔츠든 바지든 목도리든 가디건이든 외국 명품브랜드만 입는 사람으로 알려졌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제 옷차림의 명품브랜드 옷들은 외출용 새옷들이 아니고, 어느 정도 낡거나 색이 가라앉은 평상복 차림과 모양새여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명품브랜드만 일상적으로 입고 지내는 ‘진짜 알부자(?!)’가 틀림없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입소문이 여자회원들 사이에 돌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부터, 여자회원들도 있는 비슷한 모임에 나갈 때는 입은 옷이나 두른 목도리가 혹시 이 곳 원곡동 헌 옷 가게들에서 3천 원, 7천 원에 주고 산 외국 명품브랜드 상품일까봐 상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일부러 다른 옷을 꺼내 입고, 다른 목도리를 골라 두르곤 합니다.

저는 중대형 견종인 검정 레브라도 리트리버 세 마리(진아, 벤, 사라)를 키우는데, 줄곧 개 사료가 고민이었습니다. 포장해서 파는 사료는 우선 비싸기도 하고, 그 내용물의 주성분이 사실은 옥수수를 쪄서 말리고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축산폐기물 곧, 양계장이나 도살장 같은 곳에서 나오는, 사람이 버리는 죽은 짐승들이나 못 먹는 부위 등의 잡고기와 껍질, 내장, 뼈들을 걷어다 고온에 찌고 말려 갈아, 옥수수 가루에 조금씩 섞고, 거기에 방부제와 미네랄, 비타민 등을 섞어 다시 쪄서 작은 알갱이로 뭉쳐 한 포대 씩 담은 것이 개나 고양이 사료입니다. 개를 포장사료만을 먹여 키우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평생 방부제가 잔뜩 든 들쩍지근하고 기름기 많은 퍼석퍼석한 비스켓만 먹고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시말해, 지나치게 기름지고, 신선하지 못하고, 또 방부제가 든 음식을 매 끼니 주식으로 먹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연변 출신 우리 동포아저씨가 하는 원곡동의 작은 두부공장에서 두부 만들고 난 부산물로 나오는 콩비지를 한 포대 씩 얻어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밥과 함께 섞어 우리 개들을 먹입니다. 유전적으로는 늑대나 이리처럼 육식동물인 개에게 식물성 음식만 먹여선 곤란하므로, 원곡동 음식점 거리 중국 음식점들에서 버리는 돼지 머리뼈, 오리발과 목 등을 얻어다 잘 씻고 뜨거운 김으로 쪄서 밥과 비지 섞은 것을 먹고난 끼니 중간에 먹입니다. 가끔 양고기도 사다 먹이는데, 양고기는 우리집에서 100 여 미터 떨어진 [안산 이슬람 성전] 아래층에 있는 이슬람 식품점에서 사다 먹입니다. 이슬람 식품점에서는 주로 뉴질랜드나 호주 산 양고기를 살코기, 다리고기 등으로 분류해 포장해서 팔고, 나머지 우수리 뼈에 붙은 부스러기 고기와 기름 많은 잡고기를 모아 1 킬로그램에 2천 원에 따로 냉동포장해서 팝니다. 그걸 비지 익힐 때 함께 익혀, 비지와 쌀밥 섞은 것 위에 얹어주면, 우리 개들이 아주 행복해 합니다. 방부제가 들지 않았고 개들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영양 균형도 맞춰 주는 셈이므로 저도 뿌듯하고 안심이 됩니다. 이렇게 개 사료 직접 만들어 먹이고 재료 얻어오고 하는 일들이 좀 번거롭지만, 비용은 포장된 개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아 먹일 때의 반도 들지 않습니다.

이슬람 성전 아래층의 이슬람 식품점과는 그래서 이래저래 단골이 되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하루에 다섯 번( 아침 다섯 시, 낮 열두 시, 저녁 여섯 시, 여덟 시, 밤 열 시)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하시기 때문에, 그 기도 시간을 전후로 2~30 분 정도는 언제나 가게 문이 닫히는 걸 잘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살라말라쿰!’ 하는 이슬람식 인사를 가게에 들어설 때나 가게에서 나올 때 하면, 주인 아저씨나 그곳을 이용하는 다른 이슬람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 .) 고객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듯 반가운 미소를 보내며 좋아합니다.

한국의 대중매체들, 신문이나 TV방송에는 안산, 특히 안산 원곡동의 외국인 강력범죄 사건사고들이 크고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자주 보도됩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은 어느덧 안산 원곡동에 대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위험한 우범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상과 공포, 막연한 거부감을 지니게 된 듯 합니다.

그러나 실제의 한국 지역별 범죄 발생 통계에서 안산시와 원곡동의 범죄발생율은 다른 도시 다른 지역들보다 높지 않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유흥-환락가와 술집,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이나 홍대입구, 영등포, 부산의 광복동과 남포동이나 해운대 등에서 매일 일어나는 사건사고, 폭력사건, 마약범죄, ( 미성년자 )성매매와 구매, 빗나간 (부유층) 젊은이들의 환각 파티, 전문 날치기들의 취객털이, 조직폭력배들의 영업소 갈취, 그들끼리의 세력다툼과 칼부림 …. 등등 모든 심각한 범죄, 사건사고 들을, 한국의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에서 언제나 집중적으로 대서특필해 보도하고, 강도나 폭행치상, 살인 같은 강력사건이 있을 때 마다, “서울 강남 또 다시 강력 범죄, 더 이상 방치 곤란! 경찰은 도대체 뭐 하나? ….” 하는 투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앞다투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쓴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대다수 한국 시민들은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나 ‘부산 해운대’에 대해, 위험한 우범지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 깡패와 조폭들이 모여 사는 곳, 폭행, 마약, 매춘, 강도, 강간, 살인 사건 들을 비롯한 흉폭한 범죄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 나아가 한국 사회의 치부이자 골치거리 …. 하는 투의 선입견과 막연한 불신과 거부감정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유흥가와 술집, 전국적으로 내노라하는 레스토랑과 유명 나이트클럽과 숙박시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가 아닌, 이곳 안산 원곡동이야말로 과연 실제로 그런 곳일까요?

답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저 자신을 포함한 원곡동 주민들 대다수가 물론 서울 강남지역이나 부산 해운대의 주민들보다 부자도 아니고, 내놓은 보수정당 지지자들도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가난합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맞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를 포함한 원곡동 거주민과 그 부분 집합인 (미)신고 체류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범죄자들이거나 혹은 범법 성향이 강한 불량 시민들입니까?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한국 국적 시민)의 일자리 시장을 잠식하는 인간기생충들인가요?

절대 아닙니다. 그건 정말 천부당 만부당입니다!


    사진 출처 매일종교신문

토요일이나 주일에 안산역에서 원곡동 주민센터로 이어지는 원곡동 중앙로에 나와 보면, 길을 가득 메운 다양한 키와 피부색의 이주노동자들 중에 손에 붕대를 감았거나 발을 다쳐 목발을 짚거나, 머리를 다쳐 붕대로 감싼 이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 분들은 원곡동 인근 안산-시화 공단의 여러공장들에서 일하다가 작업현장에서 손가락, 손목과 발목, 눈과 얼굴, 허리와 폐 들을 다치고 상한 분들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안산 공단지역의 도금공장에서 수은같은 맹독성 중금속 수증기를 마셔가며 하루 10 시간 씩 꼬박 서서, 고된 육체 노동을 하고, 한 달에 단 이틀 격주로 일요일만 쉴 수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일해 받는 실제 월급은 점심값이니 작업복이니, 안전화니, 기숙사비니 직업소개소 지분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고, 남자가 한 달에 90 만원에서 110 만원 정도입니다. 새벽 7 시 반부터 저녁 6 시반 까지, 그리고 툭하면 9 시반 까지 야근하고,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격주 정도는 항상 특근을 해야 하는 여자노동자들의 실제 임금도 대개 8~90 만원을 넘지 못합니다.

자동차 부품공장, 염색공장, 가구공장,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 부품 공장 등 거의 모든 곳이 마찬가지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임금 수준은 같은 한국의 노동자들 중에서도 언제나 가장 밑바닥입니다. ( 한국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 대기업 비정규직노동자 =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 >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 직업소개소를 통해 그 중소기업에 파견 근무를 나가는 임시직 노동자, 곧 대부분의 이주노동자”의 순서입니다. ) 그리고 물론 일자리 보장도 이 순서입니다.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는 임의 해고로부터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도 적고 승진이나 승급, 급여 상승도 없고, 일자리도 계약기간인 1~2 년이 지난 후엔 아무런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낮은 임금과 더 열악한 환경과 작업 조건에서 더 긴 시간 일하며, 임금도 가장 적게 받고, 아무런 보장과 보호없이, 당장 내일이라도 나올 필요없다고 하면, 당장 일 관둬야 하는 것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른바 ‘파견’ 형태의 일을 하는 ‘임시직’ (이주)노동자들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정말 누가 누굴 먹여 살리고, 누가 누굴 돕고, 또 누가 누굴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는지!

노동 조건과 환경과 임금의 먹이 사슬, 모든 분야의 맨 밑바닥에 있는 임시직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외국인)들의 이런 희생과 피땀과 눈물과 억울함과 격무와 야근과 특근이 없다면, 과연 한국의 기아-현대 자동차가, 한국의 삼성/LG 휴대전화기가, 그리고 한국의 삼성 TV와 LG 컴퓨터 모니터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잘 팔리고, 그래서 [삼성]과 [LG]와 [현대]가 마치 온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이끄는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요, 국가적 힘이요, 온 국민 자부심의 상징처럼 된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이 가능했을까요?

그래도 하루종일 땀 한 방울 흘리는 일 없이 연봉은 1~2 억 씩 받아 챙기는 이른바 골통보수 조-중-동 신문들과 문화일보 등의 새파랗게 젊은 엘리트 편집부 기자들은, “안산, 시화 공단 중소기업들 인력 난 시달려” “한국인들 힘든 일 기피현상 심해” "애탄 중소기업 사장들 불법체류자라도 구하려 발 동동” 이런 기막힌 헤드라인을 뽑아냅니다.

그러고도 사회현상을 영민한 혜안으로 꿰뚫은, 무슨 심오하고 획기적인 한 줄 짜리 키워드라도 잡아 낸 사회학의 젊은 천재라도 된 듯 폼을 잡고 어깨에 힘을 줍니다. 더욱 기막히고 어이없는 것은, 그런 이른바 “중소기업 인력난” 헤드라인을 뽑고난 며칠 후에 바로 같은 신문 사회면에, 미신고 체류외국인(이주노동자) 문제가 무슨 커다란 국가적 위기라도 되는 양, ‘불법체류자의 국내 노동시장 잠식’이 어쩌느니, (안산 원곡동의) ‘외국인 강력범죄가 심각한 상황과 수준에 이르렀다’느니 하는 선정적 제하의 판에 박은 듯한 기사를 재탕, 3탕해 내놓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천산지기's Blog

도대체 이 학벌 좋고 집안 배경도 좋을, 대한민국 사회 최상위층 젊고 어린 기자 선생들은 하루종일 하는 일이 무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 좋고 많이 배운 머리를 써서 하루종일 한다는 게 고작, 선정적이고 습관적이고 형편없이 과장되고 현실이나 진실과 천부당 만부당 동떨어져 무식하기 짝이 없고, 바로 어제 자기가 쓴 기사와 전적으로 모순되는 어이없는 헤드라인 한 줄 뽑아내는 것이라뇨? 하구한날 그러다 보면 지루하거나 겸연쩍거나 스스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는 정말 없는 것인지요?

왜 좋은 학교 일등으로 나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기자 고시에 합격해, 연봉 1~2 억 씩 받는 이 젊은 기자 선생들은, 안산 시화 공단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과 노동 환경을 직접 보거나 스스로 체험해 보고, 그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 현실과 아무런 보장없는 임시직 노동 조건과 야만적 착취와, 삼척동자가 봐도 정말 어이없는 쥐꼬리 임금을 확인해 따져 보지 않는지요? 우리 사회 안에 엄연히 있는 이 구조적 불의와 사회적 죄악과 인간의 탈을 쓴 노예시대적 수탈을 어떻게 하면 고치고 막고 근절하고 개선할 수 있을 지 고민하지 않는지요? 그래서 사회정의 구현의 화두를 던지고,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당당하고 책임감 있게 이런 부조리를 고발-진단하고, 해결 방향과 개선책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인지요? ( 그러면 짤리나요? 안 그러고 빈둥빈둥 놀면서 강남 유흥가에서 질탕하게 공짜술이나 얻어먹고, 봉투나 받아 챙기고, 윗분한테 공손하고, 노무현, 한명숙, 이광재 위험한 좌파멍청이 환상가들 매도해 신나게 밟아 땅 속에 묻고 감옥에 넣으라고 부추기고 사회적으로 매장하고 나면 승진이 보장되나요? 정말 그런건가요?)

저는 제가 원곡동 주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안산 원곡동은 이 시대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를 가장 밑에서 자신의 근력과 허리와 어깨와 피땀과 눈물과 억울함과 분노로 떠받쳐 지탱하고 있는, 우리 시대 한국의 (외국계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임시직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그들이 가는 서민식당과, 그들이 회포를 풀고 분을 삭이는 싸구려 술집과, 그들이 가서 고국의 유행가를 부르는 노래방들과 그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원녹지 공간들과, 주일에 종교예식을 드리는 성전들과, 고향의 가족들과 눈물 흘려 울며 화상통화를 하는 PC방들과, 모국어로 된 소설책과 육아서적과 동화책을 빌려보는 다문화-작은-도서관(Multicultural Small Library)이 있는 곳이 안산의 원곡동입니다. 이런 곳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다시 없습니다.

저는 안산 원곡동의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그 곳 사서선생님의 부탁을 받아 몇 달 간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민자들, 그리고 그 자녀분들에게 제 나름대로 최선의 정성과 친절을 베풀고저 진심으로 노력했습니다.

몇 달 안 되는 안산 원곡동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의 자원봉사는, 제 평생 가장 보람되고 기쁘고, 질리거나 피곤하지 않고, 또 많은 것을 배운,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 사회는 한국인이 투표같은 방법으로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선택 대상이나 사회 모델이 아닙니다.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 사회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당연한 미래이며 필연입니다. 대한민국 전체에 다가오는 그 필연의 도래가 한국 사회 안의 안산 원곡동에서 이미 선취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안산 원곡동에서 다문화 다언어 다인종 사회의 평화롭고 조화롭고 행복하며 활기찬 구현에 성공한다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다가오는 필연적 미래의 긍정적인 기반과 선도적 범례와 유용하고 든든한 접안시설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런 뜻에서 안산 원곡동은 한국 사회 발전 가능성 확보와 미래의 성패가 달려있는, 한국사회 진화와 전진의 최전선입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시대 한국인들은, 안산 원곡동이라는 현대 한국 경제-사회-문화 발전의 최첨단 전선에서, 의구심과 막연한 공포, 선입견과 거짓 소문과 편견 들을 무책임하게 부추기거나 또 거기에 마냥 놀아나다가, 이미 하나의 세계가 된 지구촌 안에서, 분노와 오해와 미움과 열등감에 가득찬, 우매하고 궁벽한 반동적 변방을 고수하는 결과적 패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솔직 겸손하며 긍정적인 마음과 진취적 자세로 스스로를 반성해, 여태까지의 국수주의적 어리석음과 뿌리깊은 인종-문화적 열등의식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우리를 찾아 오는 모든 새로운 것들과,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외모와 피부색을 가진 사람 들에게 활짝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수용하고 교류하고 서로 돕고 배우고 함께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필연으로 다가오는 다문화 다언어 다인종 사회는 우리에게 새롭고 놀라운 축복과 고맙고 큰 행운이 될 것입니다.

살라말라쿰!

인간과 세상의 미래를 열어 주시는 미지의 신께서 당신과 당신 가족과 당신의 나라를 축복하시기를!

2010. 7. 10 박인영(misael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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