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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3, 2016

別傳 高皇后秘記

별전 고황후비기 ( 別傳 高皇后秘記 )          

모악산 미륵사지 출토 별전 고황후비기 ( 別傳 高皇后秘記 )

                      詩 : 박인영 ( misaelpark@gmail.com )


  수부( 首婦 )께서 창졸간에 천사를 잃으시고 하염없는 눈물로 통한의 세월을 지내실새 하로난 울다지치신 끝에 선잠에 빠졌더니 천사( 天師 )께서 생전의 단아한 모습으로 나타나사 이르시기를 이럴 줄 알았거니 내 너를 공연히 수부로 삼았도다

  오난 하늘이 아무리 밝고 커도 땅이 곤궁하면 머물 곳이 없으리니 내 지난 공사( 公事 )가 모두 헛공사로다

  수부 놀라고 송구하사 아뢰기를 온다간다 아무런 귀뜸도 아니 하고 훌쩍 떠나시니 어찌 대인의 정과 언약이 이다지도 허무하리이까 지난 세월 보듬어 고치시고 어르고 달래신 자애를 어느 계집인들 능히 잊을 수 있으리오 이제 와 뼛속에 사무치는 연모를 나무라시니이까

  천사 생전에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시던 수부를 어여삐 여기사 어느 종도에게도 들려주시지 않은 밀교를 이때에 내리셨더라

  네가 비록 계집이나 이로부터 네 입술에 천금을 달라 오는 세상에는 음양이 조화하고 천지가 화합한고로 여남이 평등한대 너희가 새 하늘을 보랴거든 새 땅부터 일궈야 하리니 나의 도는 너희중에 계집을 바로 섬기는 데서 비롯하리라

  다음은 천사께서 화천( 化天 )하신 후에 오로지 수부께 나타나사 친히 내리신 비의밀지인지라 천지생성의 비밀과 생사고락의 참된 연유를 듣거늘 인연이 닿아 읽는 이들은 두려워하며 또 두려워할지니 한 순간도 방심치 말고 수덕구도에 전념하며 욕보이고 침뱉는 자에게 오히려 웃는 낯으로 대하며 가족과 이웃을 진심으로 섬기고 지성으로 겸손하며 무릇 생명은 본디 하나인고로 미물중생도 동정하여 살생과 핍박을 삼가고 하찮은 물건과 적은 음식도 아끼고 검소하며 마음을 편안히 가져 이기스런 욕심과 육신의 정욕과 정신의 삿된 집착을 버릴지니 마땅히 탐 음 진 치의 사종마를 엄히 단속하고 다만 수행득도에 처지고 게으를까 경계하고 또 경계할지라

  그리움이 무엇이더뇨 외로움이 무엇이더뇨 헤어짐이 무엇이더뇨 죽음과 목숨이 또 무엇이더뇨 네 혼백정령이 먼저더냐 내 골피육신이 먼저더냐 네 생. .......


( 이하 서책의 심한 훼손으로 복원과 해석이 불가능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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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高夫人神政記  고부인신정기 ]는 증산교( 甑山敎 )의 경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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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作 노트 *


  구한말의 일이었습니다. 천한 계급의 무녀 한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불치병으로 취급받던 안질에 걸려 심하게 앓게 되었습니다. 천민인 무당이 공포의 대상인 돌림병에 걸렸으므로 주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양반계급의 유학자 한 사람이, 그녀의 거처를 빙 둘러쳐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격리해 놓은 새끼줄 경계를 넘어, 그녀에게 선듯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에게 자기의 한 팔을 비도록 내어주며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그 유학자의 제자와 후견인들은 그를 비난하며 떠나갔습니다.)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그로부터 사흘밤 사흘낮을 뜨거운 눈물을 쏟은 후에 씻은 듯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신들린 무당이 되도록 많고 깊었던 그녀의 限이 그 눈물 속에 담겨 모두 용해되었을 것입니다.

  그 양반 학자가 죽은 후에, 그녀는 사랑했던 그 사람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의 목소리로 그가 생전에 못다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그것이 구한말 동학의 뒤를 이어 신흥 민족종교로 크게 기세를 떨쳤던 증산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

  따지고 보면 그리스도교도 역시, 예수라는 한 남자가 죽음에서 다시 살아났다고 말하기 시작한, 한 여인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을 것입니다. 삶의 허무와 죽음과 이별의 종국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사랑은 말 그대로 무지한 愛慾이며,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환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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